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최태원·권석준 AI대담 “한국 AI, 제품 아닌 ‘지능’ 수출로 패권경쟁 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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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반도체융합공학부 교수가 17일 ‘AI 대담’에서 만났다. 이번 대담은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두 사람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AI 성장 아젠다와 반도체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발언 내용.
이재욱 = “AI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병목 현상과 공급 부족을 우려한다. 최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시장 구조와 기술 전망을 어떻게 보나.”
최태원 = “메모리 병목은 컴퓨팅 파워의 폭발적 증가와 직결돼 있다. AI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핵심은 컴퓨팅 파워다. 컴퓨터를 많이 쓰고 아주 크게 쓰면서 그 안에서 AI 지능을 생성한다. AI가 유능해지고 성장한다는 것은 그 안에 기억을 많이 담는다는 뜻이다. 과거에 풀었던 수학 문제부터 학습하고 읽고 쓴 모든 데이터, 판단과 경험이 어딘가의 기억에 들어가야 한다. 컴퓨터 환경에서 이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 바로 메모리 칩이다.
기억의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올해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의 기억 지표가 26 정도라면, 2030년이 되면 400 수준으로 올라간다. 20배 이상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억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똑똑한 AI가 되려면 메모리 성능이 필수다. 숙련된 직원이 많은 기억과 스킬을 갖춘 것과 같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격히 오른 이유도 시장이 이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SK하이닉스) 주가 조정은 단기적 현상이다. 주가가 현상을 그대로 똑같이 반영하지는 않는다. 기대감이 좋으면 오버슈팅했다가 조금 아니면 확 떨어지기도 한다.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현실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메모리 수요는 계속 필요하므로 우상향한다고 확신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것이 재산 보존에 좋다.”
권석준 = “최 회장이 언급한 메모리 병목은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지능 생산의 병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드는지, 누가 더 강력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드는지에 논의가 집중됐다. 최근에는 가격 대비 성능비, 전력 대비 성능비가 좋은 모델이 주목받는다. 누가 더 긴 컨텍스트를 갖는 정보와 토큰을 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좁은 길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HBM이나 디레(DRAM) 같은 메모리 반도체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의 생산 강국이다. 앞으로 기술이 진화하는 관점에서도 이 병목은 한국에게 챌린지(도전)이자 기회가 된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세모글루 MIT 교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 섞인 보고서를 내고 있다. AI 성능은 너무 높아지는데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법적 제도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특이점(Singularity) 논의와 연결된다. 현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모델이 과연 정답인지 의문이 든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회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모델 개발에만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캐시 버닝 모드로 가고 있는데 이게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등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AI 발전은 임계점에 부딪힌다.”
이재욱 = “부연하자면 AI 메모리 메커니즘에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이 있다. 장기기억은 모델을 학습시켰을 때의 가중치(Weight Parameter)로 저장되는 파라메트릭 메모리다. 단기기억은 맥락 정보가 토큰의 형태로 캐싱되는 영역이다. 현재 이 양쪽 프론트 모두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최 회장이 말한 26에서 400으로의 증가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 기준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재욱 = “미국과 중국이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으로 치고 나간다. 한국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전략을 짜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최태원 = “미국과 중국은 AI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헤게모니 주도권 싸움을 해오고 있다. 과거의 WTO 체제가 부서지는 이유도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공급망을 자르는 대립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AI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방,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은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장 훌륭한 퀄리티의 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미국은 퀄리티 형태로 접근해 서로 돈을 쓰며 경쟁하는 구도다.
중국은 비용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토큰의 코스트를 낮추는 전략이다. AI 지능을 만드는 기본 단위인 토큰의 비용을 떨어뜨려 가격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돈을 쓰면서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바짝 쫓아가고 있다. 중국의 토큰 코스트는 미국에 비해 과장 조금 보태면 10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싸게 많이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은 비용을 낮추는 싸움에서도, 퀄리티를 쫓아 미국을 이기는 싸움에서도 승산이 낮다. 양쪽 모두 한국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략이다. 한국의 성장 전략은 인프라를 빠르게 깔고, 그 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중이 관심 없거나 영역이 작은 니치 마켓을 공략해야 한다. 제3세계 시장이 대안이 된다. 미·중 세력권은 다른 중립국들이 선택하기에 너무 위협적이다. 한국이 만든 거대언어모델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수출해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메모리 칩만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컴퓨터 용량을 통째로 만들어서 컴퓨팅 파워 자체를 해외에 파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 전략이다. 미래에는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수출한다는 형태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제품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점을 만들어서 지능을 팔아야 승산이 있다.”
권석준 = “최 회장이 언급한 ‘지능의 수출’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한 것은 재화와 서비스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고부가가치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그 기반이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렸다. 이제는 제품만 수출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 한 단계 더 점프해야 한다. 인텔리전스 자체가 중요한 시대가 된다.
이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능 산업과 산업 지능이다. 지능 산업은 토큰을 저렴하게 생산해 실물 경제에 적용하는 영역이다. 산업 지능은 기존의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를 DX나 AX를 통해 스마트하게 바꾸는 영역이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다. 이 두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 변수가 컴퓨팅(Computing)과 에너지(Energy)다. 컴퓨팅은 설비투자(CapEx)의 영역이고 에너지는 운영비용(OpEx)의 영역이다. 예전에는 설비투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운영비용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1등과 스케일 싸움을 하기보다 지능을 생산하는 솔루션을 쥐어야 한다. 학생이나 기업들에게 ‘1인 1 솔루션’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연구 논문 한 편으로 끝내지 말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 형태로 결과물을 내야 한다. 이것이 스케일업 되면 한국 산업계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서포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는 지능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인프라가 필수다. AI 모델, 데이터센터,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력 발전소와 그리드, 변전소 같은 전력 계통 전체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이재욱 = “AI 시대를 맞아 교육 현장과 기업의 인재 채용 기준도 변하고 있다. 한국이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개혁과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가. 최 회장이 과거 제안했던 ‘AI 시티’ 구상의 실현 가능성도 궁금하다.”
최태원 = “단기 미래와 먼 미래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는 불안전하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 완벽하지 않은 AI를 쓰면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바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에게 다 물어보면 해결되니까 문제를 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사고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아웃소싱을 해버리는 것이다. 사고를 외주화하면 인간의 능력은 자라지 않는다. 질문 스킬은 늘어날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AI에 중독되듯 들어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진짜 문제를 풀 수 있는 솔루션을 내는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의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인간 생활에 무엇이 도움 되는지를 찾아내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시험 잘 보고 점수 잘 따서 좋은 대학 간 사람이 똑똑한 인재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 기존의 교육 체제와 채용 제도를 유지하는 학교와 기업은 도태된다. 시험 점수로 일렬로 세워 뽑는 채용 방식은 사라진다.
SK그룹은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고등학교만 졸업했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사람도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었다. 회사가 필요한 교육을 시키면서 사고 체계를 훈련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만 인재라는 시대는 끝났다. 인간의 능력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먼 미래의 AGI 시대가 오면 인간의 지식량은 중요하지 않다. 퍼포먼스는 AI 툴이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때 중요한 인간의 근육은 두 가지다. 첫째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의 힘이고, 둘째는 공감 능력이다. AI도 공감하는 척 말은 잘한다. 하지만 AI는 공감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리소스를 희생해 남을 돕는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리소스를 사용해서라도 타인에게 위로를 주거나 행동을 하는 주체는 인간뿐이다.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적응 능력이 핵심 인재의 조건이다.
AI 시티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이다. 도시 전체를 새로 짓는 개념이 아니라 대학 하나도 AI 시티가 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는 AI 교육을 이렇게 시키고 실험하겠다는 독특한 시도가 나와야 한다. 정부가 똑같은 잣대로 모든 대학에 일괄 적용하면 한국은 AI 네이티브 국가가 될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에이전트를 다 쥐어주면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경영진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조직과 경영의 판단이 효율적으로 바뀌는 포맷이 바로 AI 컴퍼니다.”
권석준 = “인재와 교육은 한국 경제가 다음 세대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파이프라인이다. 전공 하나를 배워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전공은 이제 한두 개가 아니라 N개가 될 수 있다. 옥토퍼스(문어)형 인재가 돼야 한다. 예전처럼 4년 동안 투자해서 전공 하나를 따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동시에 여러 전공을 학습하는 시대가 왔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중장년층도 계속 직업을 바꾸고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은퇴가 없어지는 국가가 될 것이다.
AI 시티는 실험실 안의 연구를 넘어 리얼 월드로 나오는 단계다. 공장, 농장,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인터랙션하는 지점으로 AI가 들어오는 것이다. AI 시티가 작동하려면 법적인 제도 정비가 급선무다. 인공지능기본법, 데이터특별법, 규제 샌드박스 같은 장치들이 구체화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스마트 시티와는 결을 다르게 가야 한다. 국가가 투자하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와 기업, 대학, 병원에 AI 토큰을 서비스할 수 있는 클라우드 허브가 돼야 한다. 데이터들을 공유하고 표준화하는 헤드쿼터가 핵심이다.
한국은 제조업,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산 등 강력한 실물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기반이 튼튼하므로 한국형 AI 시티는 실체에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설비 투자 중심에서 운영비용을 낮추는 AI 코스트 싸움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정부도 인프라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최태원 = “에이전트와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덧붙이자면 나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를 10개 정도 만들어서 나를 복제해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 데이터와 가치관을 학습시킨 에이전트가 있으면 내가 모든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도 보고서를 분석하고 답을 줄 수 있다. 물리적 회의 없이도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 직원이 에이전트를 쓰면 재무, 생산, 기획 등 각 팀의 리소스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기존의 직무 체계도 바뀐다. 예전에는 ‘대리는 이 일만 해라’고 지정했다면 이제는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두 시간 만에 끝내주므로 남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다발적으로 할 수 있다. 직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업무가 커스터마이즈된다. 9 to 6라는 정형화된 근무 시간도 무의미해진다. 미래에는 한 회사에 매이지 않고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는 엔잡러(N잡러)가 늘어난다. 기업과 직원의 관계도 획일적 고용이 아니라 다변화된 계약 관계로 변한다.
미래의 토큰 이코노미는 지능을 상품화해 토큰으로 주고받는 생태계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 그 가치를 측정해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그동안 환경, 노령화, 복지 같은 사회 문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워 해결이 더뎠다. AI 체제가 정착되면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가치가 정확히 측정된다. 1000원어치 가치를 해결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토큰이나 보상을 지급할 수 있다. 비용 집행이 투명해지고 자원이 정확하게 배분된다. 사회적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세금을 덜 내도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다. 기업도 리소스와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안 하던 비즈니스를 찾고 성장하는 데 자원을 쓸 수 있다. 이것이 AI가 가져올 궁극적인 혁신이다.”
양질의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잔병은 걸리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배를 곯아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병에 잘 걸린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마음에 뒷심이 있어서 웬만한 어려움은 여유롭게 넘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사리 좌절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철철이 보약, 끼니마다 고기를 과다하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칫 큰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다한 사랑, 지나친 물질적 풍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다 해주는 과보호는 아이를 망가뜨린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흔히 문제아로 여긴다. 개중에는 밤이면 폭주족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배달 청소년들을 모두 문제아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는 아이들은 거친 이미지와 달리 어렵게 번 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건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상담가들에 따르면 진짜 심각한 문제아들은 오히려 집에서 다 챙겨줘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 가운데 많다고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라는, 과잉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공부만 하면 집안일을 할 필요도, 돈을 벌 필요도 없다. 아버지는 교육비와 용돈을 대고 필요한 것은 다 사준다. 어머니는 밥도, 빨래도, 청소도 해주고 심지어 스케줄까지 짜준다. 요즘은 대학에 가도 어머니들이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교수에게 항의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 구직할 때도 면접 시험장에 따라간단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고마워할까? 평생을 뒷바라지했는데 이젠 자식들이 자기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푸념하는 어머니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자기들 잘되라고 한 것이지.” 그러고는 또 “내가 자기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상반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한다.
자녀들에게 모든 걸 다 주었지만, 아니 모든 걸 다 줘서 버림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재산을 모두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자식들이 입을 싹 씻고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한테 통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밤에도 옆구리에 꼭 끼고 주무신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시 선물 보따리를 들고 할머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넓혀야 해요.” “사업이 어려워요.” 그러나 할머니는 단 한 푼도 자식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 죽은 뒤 가져가라.” 자식들은 할머니 비위를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드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기 무섭게 자식들은 할머니의 통장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푼도 없는 빈 통장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통쾌하게 한 방 먹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무조건 주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신 게 아닐까.
혹여 자녀 손에 물이라도 묻힐까 걱정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늘 안달인 부모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과보호이고 집착이다. 자녀가 자신을 떠나서는 살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부모가 사망하면 자녀는 수십년을 헤맨다.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존재가 사라져버리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 배우자는 잘 안다. 자기 배우자가 효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다 주지 말고 적절하게 주어야 한다. 정신의학자 스콧 펙은 말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며, 또 지각 있게 안 주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아이가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며 다 해주려 든다면 그것은 자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병 때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은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연달아 다음달에 또 올리고, 물가 등을 고려하면 내년 연 3.5%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3%를 넘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음달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와 7월 물가,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이 향후 인상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자체는 예고됐다. 관건은 추가금리 인상 시사 여부였다.
한은 금통위와 신 총재는 이날 추가금리 인상을 명확히 했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것 같다. 우리 목표 수준(2%)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3%대 고물가’를 가장 크게 우려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신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을 가를 지표로 오는 8월에 나올 7월 소비자물가와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꼽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도 추가 인상 횟수를 가늠할 지표다. 6월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와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기준금리를 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올해 성장률을 3.0%까지 높였으며, 이날 씨티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 3.5% 전망에서 3.7%까지 높여 잡았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이 8월27일 금통위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6%)보다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백투백’(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총재가 이날 2021년 미국 등 주요국의 실수를 거론한 점도 빠른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1년 기준금리를 올렸던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소득 증가 등에 따른 물가 압력을 간과하면서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이 수출 호조로 소득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금통위원들은 6개월 후(11월)의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점도표에서 연 3.0%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 오는 8월이 아니더라도 연내에 금통위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은 이유다. 신 총재는 “지금도 내부 논의가 대체로 (5월의) 점도표와 부합하다”고 말했다.
변수로는 중동전쟁 재발,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결정 등이 꼽힌다.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국제 유가가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진다. 한국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양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추가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준금리 상단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에도 추가 인상에 나서며 분기당 1회씩 내년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3.5%까지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금융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올리기는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에 연 3%로 한 번 더 올리는 정도까지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발언 내용.
이재욱 = “AI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병목 현상과 공급 부족을 우려한다. 최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시장 구조와 기술 전망을 어떻게 보나.”
최태원 = “메모리 병목은 컴퓨팅 파워의 폭발적 증가와 직결돼 있다. AI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핵심은 컴퓨팅 파워다. 컴퓨터를 많이 쓰고 아주 크게 쓰면서 그 안에서 AI 지능을 생성한다. AI가 유능해지고 성장한다는 것은 그 안에 기억을 많이 담는다는 뜻이다. 과거에 풀었던 수학 문제부터 학습하고 읽고 쓴 모든 데이터, 판단과 경험이 어딘가의 기억에 들어가야 한다. 컴퓨터 환경에서 이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 바로 메모리 칩이다.
기억의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올해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의 기억 지표가 26 정도라면, 2030년이 되면 400 수준으로 올라간다. 20배 이상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억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똑똑한 AI가 되려면 메모리 성능이 필수다. 숙련된 직원이 많은 기억과 스킬을 갖춘 것과 같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격히 오른 이유도 시장이 이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SK하이닉스) 주가 조정은 단기적 현상이다. 주가가 현상을 그대로 똑같이 반영하지는 않는다. 기대감이 좋으면 오버슈팅했다가 조금 아니면 확 떨어지기도 한다.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현실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메모리 수요는 계속 필요하므로 우상향한다고 확신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것이 재산 보존에 좋다.”
권석준 = “최 회장이 언급한 메모리 병목은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지능 생산의 병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드는지, 누가 더 강력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드는지에 논의가 집중됐다. 최근에는 가격 대비 성능비, 전력 대비 성능비가 좋은 모델이 주목받는다. 누가 더 긴 컨텍스트를 갖는 정보와 토큰을 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좁은 길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HBM이나 디레(DRAM) 같은 메모리 반도체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의 생산 강국이다. 앞으로 기술이 진화하는 관점에서도 이 병목은 한국에게 챌린지(도전)이자 기회가 된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세모글루 MIT 교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 섞인 보고서를 내고 있다. AI 성능은 너무 높아지는데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법적 제도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특이점(Singularity) 논의와 연결된다. 현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모델이 과연 정답인지 의문이 든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회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모델 개발에만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캐시 버닝 모드로 가고 있는데 이게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등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AI 발전은 임계점에 부딪힌다.”
이재욱 = “부연하자면 AI 메모리 메커니즘에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이 있다. 장기기억은 모델을 학습시켰을 때의 가중치(Weight Parameter)로 저장되는 파라메트릭 메모리다. 단기기억은 맥락 정보가 토큰의 형태로 캐싱되는 영역이다. 현재 이 양쪽 프론트 모두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최 회장이 말한 26에서 400으로의 증가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 기준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재욱 = “미국과 중국이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으로 치고 나간다. 한국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전략을 짜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최태원 = “미국과 중국은 AI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헤게모니 주도권 싸움을 해오고 있다. 과거의 WTO 체제가 부서지는 이유도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공급망을 자르는 대립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AI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방,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은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장 훌륭한 퀄리티의 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미국은 퀄리티 형태로 접근해 서로 돈을 쓰며 경쟁하는 구도다.
중국은 비용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토큰의 코스트를 낮추는 전략이다. AI 지능을 만드는 기본 단위인 토큰의 비용을 떨어뜨려 가격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돈을 쓰면서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바짝 쫓아가고 있다. 중국의 토큰 코스트는 미국에 비해 과장 조금 보태면 10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싸게 많이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은 비용을 낮추는 싸움에서도, 퀄리티를 쫓아 미국을 이기는 싸움에서도 승산이 낮다. 양쪽 모두 한국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략이다. 한국의 성장 전략은 인프라를 빠르게 깔고, 그 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중이 관심 없거나 영역이 작은 니치 마켓을 공략해야 한다. 제3세계 시장이 대안이 된다. 미·중 세력권은 다른 중립국들이 선택하기에 너무 위협적이다. 한국이 만든 거대언어모델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수출해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메모리 칩만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컴퓨터 용량을 통째로 만들어서 컴퓨팅 파워 자체를 해외에 파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 전략이다. 미래에는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수출한다는 형태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제품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점을 만들어서 지능을 팔아야 승산이 있다.”
권석준 = “최 회장이 언급한 ‘지능의 수출’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한 것은 재화와 서비스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고부가가치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그 기반이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렸다. 이제는 제품만 수출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 한 단계 더 점프해야 한다. 인텔리전스 자체가 중요한 시대가 된다.
이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능 산업과 산업 지능이다. 지능 산업은 토큰을 저렴하게 생산해 실물 경제에 적용하는 영역이다. 산업 지능은 기존의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를 DX나 AX를 통해 스마트하게 바꾸는 영역이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다. 이 두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 변수가 컴퓨팅(Computing)과 에너지(Energy)다. 컴퓨팅은 설비투자(CapEx)의 영역이고 에너지는 운영비용(OpEx)의 영역이다. 예전에는 설비투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운영비용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1등과 스케일 싸움을 하기보다 지능을 생산하는 솔루션을 쥐어야 한다. 학생이나 기업들에게 ‘1인 1 솔루션’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연구 논문 한 편으로 끝내지 말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 형태로 결과물을 내야 한다. 이것이 스케일업 되면 한국 산업계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서포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는 지능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인프라가 필수다. AI 모델, 데이터센터,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력 발전소와 그리드, 변전소 같은 전력 계통 전체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이재욱 = “AI 시대를 맞아 교육 현장과 기업의 인재 채용 기준도 변하고 있다. 한국이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개혁과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가. 최 회장이 과거 제안했던 ‘AI 시티’ 구상의 실현 가능성도 궁금하다.”
최태원 = “단기 미래와 먼 미래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는 불안전하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 완벽하지 않은 AI를 쓰면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바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에게 다 물어보면 해결되니까 문제를 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사고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아웃소싱을 해버리는 것이다. 사고를 외주화하면 인간의 능력은 자라지 않는다. 질문 스킬은 늘어날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AI에 중독되듯 들어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진짜 문제를 풀 수 있는 솔루션을 내는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의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인간 생활에 무엇이 도움 되는지를 찾아내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시험 잘 보고 점수 잘 따서 좋은 대학 간 사람이 똑똑한 인재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 기존의 교육 체제와 채용 제도를 유지하는 학교와 기업은 도태된다. 시험 점수로 일렬로 세워 뽑는 채용 방식은 사라진다.
SK그룹은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고등학교만 졸업했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사람도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었다. 회사가 필요한 교육을 시키면서 사고 체계를 훈련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만 인재라는 시대는 끝났다. 인간의 능력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먼 미래의 AGI 시대가 오면 인간의 지식량은 중요하지 않다. 퍼포먼스는 AI 툴이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때 중요한 인간의 근육은 두 가지다. 첫째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의 힘이고, 둘째는 공감 능력이다. AI도 공감하는 척 말은 잘한다. 하지만 AI는 공감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리소스를 희생해 남을 돕는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리소스를 사용해서라도 타인에게 위로를 주거나 행동을 하는 주체는 인간뿐이다.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적응 능력이 핵심 인재의 조건이다.
AI 시티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이다. 도시 전체를 새로 짓는 개념이 아니라 대학 하나도 AI 시티가 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는 AI 교육을 이렇게 시키고 실험하겠다는 독특한 시도가 나와야 한다. 정부가 똑같은 잣대로 모든 대학에 일괄 적용하면 한국은 AI 네이티브 국가가 될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에이전트를 다 쥐어주면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경영진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조직과 경영의 판단이 효율적으로 바뀌는 포맷이 바로 AI 컴퍼니다.”
권석준 = “인재와 교육은 한국 경제가 다음 세대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파이프라인이다. 전공 하나를 배워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전공은 이제 한두 개가 아니라 N개가 될 수 있다. 옥토퍼스(문어)형 인재가 돼야 한다. 예전처럼 4년 동안 투자해서 전공 하나를 따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동시에 여러 전공을 학습하는 시대가 왔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중장년층도 계속 직업을 바꾸고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은퇴가 없어지는 국가가 될 것이다.
AI 시티는 실험실 안의 연구를 넘어 리얼 월드로 나오는 단계다. 공장, 농장,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인터랙션하는 지점으로 AI가 들어오는 것이다. AI 시티가 작동하려면 법적인 제도 정비가 급선무다. 인공지능기본법, 데이터특별법, 규제 샌드박스 같은 장치들이 구체화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스마트 시티와는 결을 다르게 가야 한다. 국가가 투자하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와 기업, 대학, 병원에 AI 토큰을 서비스할 수 있는 클라우드 허브가 돼야 한다. 데이터들을 공유하고 표준화하는 헤드쿼터가 핵심이다.
한국은 제조업,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산 등 강력한 실물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기반이 튼튼하므로 한국형 AI 시티는 실체에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설비 투자 중심에서 운영비용을 낮추는 AI 코스트 싸움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정부도 인프라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최태원 = “에이전트와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덧붙이자면 나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를 10개 정도 만들어서 나를 복제해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 데이터와 가치관을 학습시킨 에이전트가 있으면 내가 모든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도 보고서를 분석하고 답을 줄 수 있다. 물리적 회의 없이도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 직원이 에이전트를 쓰면 재무, 생산, 기획 등 각 팀의 리소스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기존의 직무 체계도 바뀐다. 예전에는 ‘대리는 이 일만 해라’고 지정했다면 이제는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두 시간 만에 끝내주므로 남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다발적으로 할 수 있다. 직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업무가 커스터마이즈된다. 9 to 6라는 정형화된 근무 시간도 무의미해진다. 미래에는 한 회사에 매이지 않고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는 엔잡러(N잡러)가 늘어난다. 기업과 직원의 관계도 획일적 고용이 아니라 다변화된 계약 관계로 변한다.
미래의 토큰 이코노미는 지능을 상품화해 토큰으로 주고받는 생태계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 그 가치를 측정해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그동안 환경, 노령화, 복지 같은 사회 문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워 해결이 더뎠다. AI 체제가 정착되면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가치가 정확히 측정된다. 1000원어치 가치를 해결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토큰이나 보상을 지급할 수 있다. 비용 집행이 투명해지고 자원이 정확하게 배분된다. 사회적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세금을 덜 내도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다. 기업도 리소스와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안 하던 비즈니스를 찾고 성장하는 데 자원을 쓸 수 있다. 이것이 AI가 가져올 궁극적인 혁신이다.”
양질의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잔병은 걸리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배를 곯아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병에 잘 걸린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마음에 뒷심이 있어서 웬만한 어려움은 여유롭게 넘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사리 좌절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철철이 보약, 끼니마다 고기를 과다하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칫 큰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다한 사랑, 지나친 물질적 풍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다 해주는 과보호는 아이를 망가뜨린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흔히 문제아로 여긴다. 개중에는 밤이면 폭주족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배달 청소년들을 모두 문제아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는 아이들은 거친 이미지와 달리 어렵게 번 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건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상담가들에 따르면 진짜 심각한 문제아들은 오히려 집에서 다 챙겨줘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 가운데 많다고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라는, 과잉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공부만 하면 집안일을 할 필요도, 돈을 벌 필요도 없다. 아버지는 교육비와 용돈을 대고 필요한 것은 다 사준다. 어머니는 밥도, 빨래도, 청소도 해주고 심지어 스케줄까지 짜준다. 요즘은 대학에 가도 어머니들이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교수에게 항의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 구직할 때도 면접 시험장에 따라간단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고마워할까? 평생을 뒷바라지했는데 이젠 자식들이 자기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푸념하는 어머니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자기들 잘되라고 한 것이지.” 그러고는 또 “내가 자기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상반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한다.
자녀들에게 모든 걸 다 주었지만, 아니 모든 걸 다 줘서 버림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재산을 모두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자식들이 입을 싹 씻고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한테 통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밤에도 옆구리에 꼭 끼고 주무신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시 선물 보따리를 들고 할머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넓혀야 해요.” “사업이 어려워요.” 그러나 할머니는 단 한 푼도 자식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 죽은 뒤 가져가라.” 자식들은 할머니 비위를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드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기 무섭게 자식들은 할머니의 통장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푼도 없는 빈 통장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통쾌하게 한 방 먹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무조건 주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신 게 아닐까.
혹여 자녀 손에 물이라도 묻힐까 걱정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늘 안달인 부모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과보호이고 집착이다. 자녀가 자신을 떠나서는 살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부모가 사망하면 자녀는 수십년을 헤맨다.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존재가 사라져버리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 배우자는 잘 안다. 자기 배우자가 효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다 주지 말고 적절하게 주어야 한다. 정신의학자 스콧 펙은 말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며, 또 지각 있게 안 주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아이가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며 다 해주려 든다면 그것은 자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병 때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은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연달아 다음달에 또 올리고, 물가 등을 고려하면 내년 연 3.5%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3%를 넘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음달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와 7월 물가,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이 향후 인상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자체는 예고됐다. 관건은 추가금리 인상 시사 여부였다.
한은 금통위와 신 총재는 이날 추가금리 인상을 명확히 했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것 같다. 우리 목표 수준(2%)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3%대 고물가’를 가장 크게 우려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신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을 가를 지표로 오는 8월에 나올 7월 소비자물가와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꼽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도 추가 인상 횟수를 가늠할 지표다. 6월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와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기준금리를 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올해 성장률을 3.0%까지 높였으며, 이날 씨티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 3.5% 전망에서 3.7%까지 높여 잡았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이 8월27일 금통위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6%)보다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백투백’(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총재가 이날 2021년 미국 등 주요국의 실수를 거론한 점도 빠른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1년 기준금리를 올렸던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소득 증가 등에 따른 물가 압력을 간과하면서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이 수출 호조로 소득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금통위원들은 6개월 후(11월)의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점도표에서 연 3.0%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 오는 8월이 아니더라도 연내에 금통위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은 이유다. 신 총재는 “지금도 내부 논의가 대체로 (5월의) 점도표와 부합하다”고 말했다.
변수로는 중동전쟁 재발,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결정 등이 꼽힌다.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국제 유가가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진다. 한국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양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추가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준금리 상단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에도 추가 인상에 나서며 분기당 1회씩 내년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3.5%까지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금융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올리기는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에 연 3%로 한 번 더 올리는 정도까지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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